산화방지제 BHA·BHT란? 발암 논란과 안전성
BHA·BHT는 기름의 산패(산화)를 막아 주는 합성 산화방지제로, 라면·과자·식용유·껌 등 유지가 든 가공식품에 널리 쓰입니다. BHA는 국제암연구소(IARC) 2B군(인체 발암 가능 물질)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는 사람에게 없는 쥐의 전위(前胃)에서 생긴 종양에 근거한 것이라 인체 인과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 ADI(BHA 0.5mg/kg)와 한국인의 실제 섭취량(ADI의 0.3% 이하)을 함께 살펴보고 줄이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연누리입니다.
라면 한 봉지를 집어 들고 뒷면 성분표를 무심코 훑다 보면, 익숙한 재료들 끝에 'BHA'나 'BHT'처럼 낯선 알파벳 약자가 작게 적혀 있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과자, 식용유, 마가린, 심지어 껌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이름이지요. 발음조차 쉽지 않은 이 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굳이 음식에 넣는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터넷에서 발암물질이라던데'라는 불안한 기억이 함께 떠오르곤 합니다. 실제로 BHA는 국제 기구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해 둔 성분이기에, 이 이름을 본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발암 가능 물질'이라는 한 줄의 라벨이 곧 '이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은 BHA와 BHT가 정확히 무엇이고 왜 기름이 든 식품에 들어가는지, 발암 논란은 어디서 시작됐고 무엇이 과장이며 무엇이 사실인지, 식약처의 허용 기준과 한국인의 실제 섭취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공포를 부추기지 않고 객관적인 수치와 함께 차분히 짚어 보겠습니다.
BHA·BHT란 무엇인가요?
BHA(부틸히드록시아니솔)와 BHT(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는 기름이 산소와 만나 변질되는 '산패'를 늦춰 주는 합성 산화방지제입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산소와 반응해 기름 대신 산화됨으로써, 식품의 찌든내·이취를 막고 보존 기간을 늘려 줍니다.
기름이나 지방이 든 식품을 오래 두면 특유의 찌든내가 나고 색이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산패'입니다. 공기 중 산소가 기름의 불포화지방산과 반응해 과산화물 같은 산화 물질을 만들어 내면서 맛과 향이 망가지고, 심하면 몸에 좋지 않은 물질까지 생기지요. BHA와 BHT는 이 산화 연쇄반응을 끊어 주는 합성 산화방지제(항산화제)입니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 기름보다 산소와 더 잘 반응하는 이 물질들이 '자기를 먼저 희생'해 산소를 붙잡아 두니, 정작 기름은 산화될 기회를 잃는 것이지요. BHA는 1940년대부터, BHT는 그 직후부터 쓰이기 시작한 오래된 첨가물로, 값이 싸고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좋아 오랫동안 산화방지제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가 비타민C나 비타민E(토코페롤) 같은 천연 산화방지제를 떠올릴 때와 똑같은 '산화를 막는' 역할을 하지만, 이쪽은 사람이 합성해 만든 페놀계 화합물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이름 그대로 '식품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물질이라는 점, 그리고 자연식품에는 없던 합성 분자를 우리가 꾸준히 먹게 된다는 점, 이 두 가지가 BHA·BHT를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식품첨가물 전반의 역할과 한계가 궁금하다면 식품첨가물은 정말 안전할까 글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 분류 | 대표 제품 | 사용 이유 |
|---|---|---|
| 유지·기름 | 식용유지류, 마가린·쇼트닝, 버터류 | 튀김·조리용 기름의 산패(찌든내) 방지 |
| 면·과자류 | 라면(유탕면)·스낵·비스킷·튀김과자 | 기름에 튀긴 면·과자의 변질·이취 억제 |
| 건어·염장 | 어패건제품·어패염장품 | 지방 산화로 인한 변색·산패 방지 |
| 기타 | 추잉껌, 일부 향신료·껌베이스 | 유지 성분 보존, 풍미 유지 |
왜 '발암물질' 논란이 생겼나요?
BHA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B군(인체 발암 가능 물질)'으로 분류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분류는 쥐·햄스터 등 설치류에게 고농도로 오래 먹였을 때 '전위(前胃)'라는 위 앞부분에 종양이 생긴 동물실험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사람에게는 그 전위 자체가 없다는 점이 핵심 쟁점입니다.
BHA를 둘러싼 불안의 뿌리는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에 있습니다. IARC는 1986년 BHA를 2B군(Group 2B, 인체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으로 분류했는데, 그 근거는 쥐·생쥐·햄스터 같은 설치류에게 BHA를 고농도로 장기간 먹였더니 '전위(forestomach)'라 불리는 위 앞부분에 양성·악성 종양이 생겼다는 동물실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반전이 있습니다 — 사람의 위에는 이 '전위'라는 기관 자체가 없습니다. 전위는 쥐 같은 일부 동물에게만 있는 부위이고, 이후 연구들은 BHA가 전위 종양을 일으키는 기전이 사람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IARC 역시 이 기전이 사람에게는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한 번 매겨진 분류는 행정적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BHA = 발암 가능 물질'이라는 라벨만 대중에게 남은 셈입니다. 여기서 꼭 기억할 것은 IARC의 '군(group)'은 발암성의 '세기'가 아니라 '증거의 확실성'을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2B군은 '발암성을 의심할 만한 근거가 제한적'인 단계로, 알로에베라 추출물이나 절인 채소 같은 친숙한 것들도 같은 2B군에 들어 있습니다. 즉 '2B군'이라는 한 줄은 '암을 일으킨다'가 아니라 '아직 확실치 않으니 더 조심스럽게 보자'에 가깝습니다. 발암성 등급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식품첨가물은 정말 안전할까에서 다룬 분류 원리와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BHA·BHT는 안전한가요?
허용 기준 안에서는 안전하다는 것이 공식 평가입니다. JECFA와 식약처는 BHA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체중 1kg당 하루 0.5mg, BHT는 0.3mg으로 정했고, 한국인의 실제 섭취량은 ADI의 0.3%에도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BHA·BHT의 안전성은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보수적인 과학 절차로 평가됩니다. 국제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 합동전문가위원회(JECFA)는 동물실험에서 아무 영향이 없던 최대량(NOAEL) 50mg/kg을 안전계수 100으로 나눠 BHA의 ADI를 0~0.5mg/kg으로 설정했습니다. 즉 ADI 자체가 '쥐에게 해가 없던 양'에서 다시 100배의 여유를 둔, 상당히 보수적인 값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의 실제 섭취량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산화방지제 사용 가능 식품 418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의 산화방지제 일일 섭취량은 ADI의 최저 약 0.01%(BHT)에서 최대 약 0.28%(TBHQ)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허용량의 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사실상 '거의 먹지 않는' 것에 가까운 양입니다. 또한 조사 대상 418개 중 341개에서는 산화방지제가 아예 검출되지 않았고, 검출된 제품도 모두 사용기준에 적합했습니다. 식약처는 BHA·BHT를 품목별 사용기준(예: 식용유지류·버터류·어패건제품 등에 0.2g/kg 이하, BHA·BHT·TBHQ 병용 시 합계 0.2g/kg 이하)으로 관리하고 있어, 일상 식생활에서 허용량을 넘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공식 평가입니다. '라면 한 봉지로 당장 큰일 난다'는 식의 공포는 과학적 근거가 약합니다.
그럼 BHA·BHT는 무조건 나쁜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산화방지제가 없으면 기름이 산패하며 더 해로운 산화 물질이 생기고 식중독 위험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BHA냐 무첨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합성 산화방지제에 기대야 할 만큼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식생활 자체를 조금씩 줄여 가는 방향입니다.
산화방지제를 무작정 악마로 몰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산화방지제가 없으면 기름은 빠르게 산패하고, 그 과정에서 과산화물·알데히드 같은 산화 물질이 오히려 더 많이 생겨 풍미를 망치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BHA·BHT는 '식품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 온 공로가 분명히 있는 물질이며, 허용량 안에서는 안전하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다만 자연누리가 늘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 '이 산화방지제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기름에 오래 튀긴 가공식품을 멀리 두고 먹기 때문에 필요해진 것은 아닌가?' 신선한 재료로 그날 만들어 그날 먹는 음식에는 합성 산화방지제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합성 산화방지제는 '오래, 멀리, 값싸게' 유통하기 위한 현대 식품산업의 해법이지, 우리 몸이 원해서 들어간 영양소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BHA를 비타민E 같은 천연 산화방지제로 '바꾸는' 고민에 앞서, 굳이 산화방지제가 필요할 만큼 기름지고 오래 보관하는 가공식품의 비중을 천천히 줄이는 쪽을 권합니다. 자연누리가 왜 무첨가를 고집하는지도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더 오래, 더 값싸게를 위한 첨가가 정말 꼭 필요한지를 계속 묻는 것이지요.
| 관점 | 긍정적 측면 | 주의할 측면 |
|---|---|---|
| 역할 | 기름 산패를 막아 변질·이취·식중독 위험 감소 | 가공식품을 '오래' 유통하기 위한 장치 |
| 안전성 | ADI 이내 섭취는 안전하다는 공식 평가 | BHA는 IARC 2B군(인체 인과는 미확정) |
| 근거 | 한국인 섭취량은 ADI의 0.3% 이하로 매우 낮음 | 동물 고농도 실험에서 종양 보고(전위) |
| 대안 | 비타민E 등 천연 산화방지제로 대체 가능 | 근본은 가공식품 의존을 줄이는 것 |
BHA·BHT를 현명하게 줄이는 법은?
성분표 뒷면에서 'BHA·BHT·산화방지제' 표기를 확인하고, 기름에 오래 튀긴 가공식품(라면·스낵·튀김과자)의 빈도를 조금씩 줄여 보세요. 기름은 작은 용량으로 사서 빨리 쓰고, 무엇보다 그날 만든 신선한 음식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 성분표 뒷면 확인 — '산화방지제(BHA)', '산화방지제(BHT)' 또는 'TBHQ' 표기를 살펴보세요. 유지가 많고 보존 기간이 긴 가공식품일수록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표시 읽는 법은 식품첨가물 안전 글이 도움이 됩니다.
- 튀긴 가공식품부터 줄이기 — 산화방지제 노출의 큰 비중은 기름에 튀긴 면·스낵·과자입니다. 한 번에 끊기보다 빈도를 주 몇 회로 천천히 줄여 보세요.
- 기름은 작게 사서 빨리 쓰기 — 큰 통 식용유를 오래 두기보다 작은 용량을 사서 빨리 소비하면, 산화방지제에 기대지 않고도 산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개봉 후엔 빛과 열을 피해 보관하세요.
- 천연 산화방지제 활용 — 가정 조리에서는 비타민E가 풍부한 신선한 기름을 쓰거나 갓 짠 들기름·참기름을 소량씩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 신선식품 비중 늘리기 — 그날 만들어 그날 먹는 가루가 아닌 진짜 음식 위주로 식탁을 채우면, 애초에 산화방지제가 필요한 식품 자체가 줄어듭니다.
BHA·BHT는 '허용량 안에서 안전하다'는 평가와 'IARC 2B군'이라는 라벨이 공존하는, 전형적인 회색지대의 첨가물입니다. 그러니 두려움에 떨 필요도, 무턱대고 안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히 알고 선택하는 태도입니다. '발암 가능 물질'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실은 '사람에게 없는 쥐의 위에서, 평생 먹는 양보다 훨씬 많은 농도로 실험했을 때'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알면, 막연한 공포는 한결 가벼워집니다. 동시에 한국인의 섭취량이 허용량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수치는, 합리적인 안심의 근거가 되어 줍니다. 다만 자연누리가 응원하는 길은 'BHA를 어떤 첨가물로 바꿀까'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 산화방지제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신선하고 단순한 식탁을 천천히 되찾는 길이지요. 오늘 무심코 집으려던 라면 한 봉지 대신 갓 지은 밥과 나물 한 접시를 떠올려 보는 작은 선택에서, 그 변화는 충분히 시작될 수 있습니다. 깨끗한 라벨이 주는 마음의 평안은, 결국 우리가 무엇을 덜어 내기로 했는가에서 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BHA·BHT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기름이 산소와 만나 변질되는 '산패'를 늦춰 주는 합성 산화방지제입니다. BHA는 부틸히드록시아니솔, BHT는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의 약자로, 자기 자신이 먼저 산화되어 기름을 보호합니다. 라면·과자·식용유·껌 등 유지가 든 가공식품에 널리 쓰입니다.
Q.BHA가 발암물질이라는데 정말인가요?
BHA는 국제암연구소(IARC) 2B군(인체 발암 가능 물질)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다만 이는 쥐 등 설치류에게 고농도로 오래 먹였을 때 사람에게는 없는 '전위(前胃)'에 종양이 생긴 동물실험에 근거한 것으로, 그 기전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후 평가입니다. 사람에서의 인과관계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Q.IARC 2B군은 얼마나 위험한 등급인가요?
IARC의 군(group)은 발암성의 '세기'가 아니라 '증거의 확실성'을 나타냅니다. 2B군은 '발암성을 의심할 근거가 제한적'인 단계로, 알로에베라 추출물이나 절인 채소도 같은 2B군에 속합니다. '암을 일으킨다'가 아니라 '아직 확실치 않으니 조심스럽게 보자'에 가깝습니다.
Q.BHA·BHT는 주로 어떤 식품에 들어 있나요?
기름·지방이 많고 보존 기간이 긴 가공식품에 주로 쓰입니다. 식용유지류, 마가린·쇼트닝, 버터류, 기름에 튀긴 라면·스낵·과자류, 어패건제품·염장품, 추잉껌 등이 대표적입니다. 성분표에는 '산화방지제(BHA)', '산화방지제(BHT)'처럼 명칭(용도)으로 표시됩니다.
Q.한국인의 BHA·BHT 섭취량은 안전한 수준인가요?
네, 식약처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산화방지제 섭취량은 일일섭취허용량(ADI)의 약 0.01%(BHT)~0.28%(TBHQ)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 418개 품목 중 341개에서는 산화방지제가 검출되지 않았고, 검출된 제품도 모두 사용기준에 적합했습니다.
Q.BHA·BHT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분표 뒷면의 '산화방지제(BHA·BHT)' 표기를 확인하고, 기름에 오래 튀긴 가공식품의 빈도를 조금씩 줄여 보세요. 식용유는 작은 용량으로 사서 빛·열을 피해 빨리 쓰고, 무엇보다 그날 만든 신선한 음식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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